FKJ 라이브 셋 내한 공연 리뷰 – 좋은 시작, 당황한 중간, 감동적인 끝.
- 전자 아무개
- 2016년 2월 17일
- 3분 분량
Palm Off와 The basement Résistance 주최로 2016년 2월 6일 홍대 롤링홀에서 FKJ(French Kiwi juice의 줄임말)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FKJ는 프랑스 Roche Musique 레이블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FKJ는 수 많은 페스티벌, 공연 등에서 섭외가 몰려오는 실력과 트랜디함을 갖춘 아티스트이다. 때문에 이번 내한 공연은 설날 연휴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1차, 2차 티켓들이 매진되었고, 추가적으로 판매된 분량까지 매진되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그가 이미 한번 한국을 방문한 아티스트라는 점, 그리고 지난 내한 후 1년이 안된 시기에 재방문이 이루어진 점에서 특이하다. 그의 첫 내한은 15년 3월 21일 이태원의 클럽 케잌샾에서 이루어졌다. 이때 그의 공
연 또한 많은 이들이 찾았는데 당시 케잌샵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밖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어야 했다. 첫 내한 이후 아티스트로써 FKJ는 더욱 성장했고, 이번 내한이 디제이 셋이 아닌 라이브 셋으로 진행된 점이 이번 매진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공연 당일 롤링홀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롤링홀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관람객들의 수는 척 봐도 오늘은 쾌적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매표소에는 수 많은 인원들이 줄을 서있었는데, 그 안에는
매표소 인원들이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롤링홀을 입장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었다. 위 사진은 입구를 열자 마자 찍은 사진인데, 입구 바로 앞까지 사람들이 꽉 차있는 모습이다.
무대를 바라보자 무대에는 이미 라이브 셋을 위한 악기들이 조정된 채 준비되 있었고, 그 뒤에는 오프닝 디제이를 위한 디제이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후 7시. 무대로 DJ APACHI가 올라왔다. APACHI는 웜업 디제이(메인 아티스트의 공연 전 공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디제이)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APACHI는 Honne의 ‘Warm on cold night’를 시작으로 점차 긴장감을 올려 펑키하고 단단한 사운드로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에 본 공연 전 한 템포 쉬는 느낌으로 지켜보던 관람객들도 하나 둘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40분 후 공연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공연의 주인이 누구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관객은 눈을 감고 음악에 몰입 했고 또 어떤 관객은 APACHI의 선곡이 마음에 들었는지 핸드폰으로 어떤 곡인지 찾으며 음악을 즐겼다.
그렇게 8시가 되었다. 롤링홀의 푸른 등을 제외한 모든 불이 꺼졌고 객석에서는 스마트폰의 불빛만이 남았다. FKJ가 등장했다. 그의 라이브셋은 다른 연주자 없이 FKJ 단 혼자 진행하기에 짧게 무대인사를 하고바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번 내한 공연은 ‘Instant Need’로 시작되었다.
피아노 연주의 시작과 함께 모든 핸드폰이 꺼져 완전히 어두워졌다.
Instant Need를 시작으로 FKJ의 ‘Drops’, Open The Door’ 등 그의 대표곡들이 연주되었다. 혼자서 라이브 셋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전자 피아노, 기타, 섹소폰 등의 악기를 모두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관객들의 환호와 감탄으로 FKJ 또한 만족한 듯 하였고 공연은 30분을 지나 절정을향했다. 절정에 다다르자 FKJ는 기타를 걸쳐 맺다. 이제 그가 리믹스(편곡)한 Unstoppable의 차례였다. 잠시 정적. FKJ는 관객들에게 박수 리액션을 했고 잠시 뒤 Unstoppable의 전주가 연주되었다. FKJ의 대표 리믹스 중 하나였기 때문에 전주가 들리자마자 관객들은 환호하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잘 나오던 Unstoppable의 전주가 20초에 끊긴 것이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FKJ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들 웃었다. 그런데 FKJ의 반응이 이상했다. 진짜 잘못된 것이다. 그래도 FKJ는 프로답게 농담을 던졌다. 다시 한번 하자고 했다. 다시 전주가 흘렀고 아 이제 다시 제대로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끊겼다. 이번에는 끊긴 후 멈춘 것만이 아니었다. 잠시 후 갑자기 곡의 중반 파트가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제 확실하다. 진짜 문제가 나타났다. 현장 스태프는 무대로 뛰어서 올라왔고, 이것저것 시스템을 점검했다. FKJ와 이야기도 나눴다. 공연 중 잠깐의 뜬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이 시간에 멋진 사람들을 보았다. 관객들은 당황한 FKJ에게 응원과 농담을 던졌다. 고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 중간 중간 문제가 생겨 끊기면 관객들이 그 부분을 때창으로 채웠다. Unstoppable의 멜로디와 가사를 부르며 FKJ를 격려한 덕분에 분위기는 오히려 문제 발생 전보다 훈훈하게 반전되었다. 문제도 해결된 후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멈춰버린 Unstoppalbe은 다시 연주되었고, 박수 호응으로 공연장이 꽉 차는 느낌일 정도로 교감이 이루어 졌다.

그렇게 9시가 되었다. 두 번의 앵콜 곡. 이후 공연은 10분 후인 9시 10분에 끝이 났다. FKJ는 공연 중 문제가 생긴 것을 사과했고 서울이라는 도시에 고마워했다. 인사가 끝나고 막이 내렸다. 공연장의 조명이 켜졌고 출구는 빠져나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런데 뒤에서 환호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무대 위에 FKJ가 있다? FKJ가 다시 나타났다!

아티스트에게 공연은 체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고된 일이다. 특히 FKJ는 아시아 투어 중이다. 다음날 홍콩에서 또 다른 공연이 있기에 체력을 남겨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객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다. 관람객들이 만든 훈훈한 분위기에 FKJ가 화답하였다. 그리고 길면서도 짧은 추가 공연이 이루어졌다. 즐거웠다기 보다는 그냥 좋았다.
이번 공연을 총평하자면 아티스트와 교감을 이뤘다는 점에서 특별한 공연이었다. 중간에 발생한 작은 문제가 오히려 관객들과 아티스트 사이를 끈끈하게 만든 접착제 역할을 하였다. 또한 FKJ와 관객들의 공연 뿐 아니라 DJ APACHI 또한 좋은 공연을 보여줬다. 어느덧 매료된 관객들이 곳곳에 보였다. 개인적으로 첫 케잌샾 내한 때보다 좋았다. 특별한 공연이 된 이번 FKJ의 라이브 셋. 다음 세 번째 FKJ의 내한이 벌써 기대된다.
P.S- 레게머리를 흔들며 공연을 하는 FKJ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명 DJ인 Tommy Trash가 떠올랐다. 그의 전매특허는 디제잉 중 머리 결을 마구 흔드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13년 울트라 코리아를 처음이자 끝으로 아직까지 소식 없는 그의 내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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