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공연장 지키기 프로젝트 제 1탄 리뷰.
- 파울로 코흘료
- 2016년 3월 17일
- 2분 분량

지난 13일, 롤링홀에서 펼쳐진 「홍대 앞 공연장 지키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공연에 다녀 왔다. 아름다운 밤, 슈퍼키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킹스턴 루디스카, 체리필터가 좋은 뜻을 위해 모였다. 공연의 취지에 맞춰 공연 라인업 사이 사이에는 얼마 전 문을 닫은 라일롹 사장님의 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인터뷰 등으로 채워졌다.

공연의 첫 타자로 나온 ‘아름다운 밤’은 예전부터 홍대에서 내로라한 아티스트들이 뭉쳐 결성한 베테랑 신인(?)밴드이다.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알지는 못했으나 신나고 단순한 곡 안에서 무림고수들의 합을 보는 듯한 연주는 금새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예전부터 이 밴드를 알던 필자의 추천 곡은 이날 공연에서도 연주했던 ‘락스타’인데, 언젠가는 락스타가 되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이 느껴진다. 처음 듣더라도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멜로디에 중간의 전조로 한층 더 신이 난다. 아직 음원은 발매되지 않았으니 앨범이 나온다면 구매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슈퍼키드’는 역시나 잘 놀았다. 그야말로 무대 위에서 잘 놀았다. 결성한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홍대 인디씬에 중진 급 밴드로서 30분 밖에 되지 않는 시간 안에서 공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가 부드럽게 만들고는 다시 재 가열하는 구성은 루즈해질 틈이 없이 즐기기 바빴다. 특히나 그날 공연의 말미에 불렀던 ‘어쩌라고’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곡이지만 ‘허첵’님의 울부짖는 듯한 후렴은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라이브로 들었을 때야 비로소 이 곡을 다 들었노라’ 라고 이야기 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아차! 징고는 여전히 멋있었다. 갈수록 잘생겨지는 듯.

슈퍼키드가 달궈놓은 무대에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기름을 끼얹었다. 이 때부터 관객들은 슬램을 하기 시작했고 은하수로 향하는 폭주기관차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들의 공연은 한마디로 참 시원하다. 삼일 간 막혀있던 코를 시원하게 풀어 내듯이 쭉쭉 뱉어내는(?) 음악들은 꽃샘추위도 피해 갈만큼 땀을 쏟아내게 만든다. ‘진짜 너를 원해’를 부를 땐, 외투를 다 벗어내고 강력한 베이스 소리를 따라 몸을 흔들게 된다. 후! 후!

사실 ‘킹스턴 루디스카’는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이날 처음으로 킹스턴 루디스카의 공연을 보는 것이었고 들어봤던 음악들은 몸을 가볍게 흔드는 음악이었기에 숨을 돌리는 시간으로 생각을 했다. 심지어 무대에 올라올 때에도 다들 말쑥한 차림으로 조신하게 올라오셔서 뒤에서 잠시 쉴 생각이었다. 아,,, 나의 불찰,,, 무지해서 발생한 실수였다. 브라스 중심으로 끌고 가는 멜로디에 진짜 신나는 스카 리듬으로 무장한 이들은 잠시 기대어 있던 벽을 밀고 다시 앞을 향해가게 만들었다. 특히나 보컬 ‘이석율’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 사이에 섞여서 춤추고 노래할 때는 흥이 절정으로 올라왔었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스스로를 ‘흥픈’밴드라고 한다. 흥겹지만 어딘가 슬픈 그런 밴드. ‘Gimme Some Love’가 흥픈 노래의 정점인 듯하다. 리듬이 신나는데 가사나 보컬의 목소리는 괜히 슬프다.

드디어 끝판 왕.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모두다 좋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체리필터’가 등장했다. 등장만으로도 몸에 전율이 올라왔다. 사실 큰 공연에서만 체리필터를 만나봤지 롤링홀 같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만나니 더욱 가까이에서 함께 숨쉬는 듯 했다. 잠깐의 사운드 체크 이후, ‘異物質(이물질)’을 쏟아내 주셨다. 개인적으로 체리필터의 음반 중에 가장 좋아하는 5집 ‘ROCKSTERIC’의 수록 곡이 자주 나와서 너무 좋았다. 이날 공연에서 본 ‘조유진’은 본인이 직접 이야기 했듯이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아픈 몸에서 나오는 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크고 아름다웠다. 이날 이후 필자의 이상형은 ‘그로울링 가능한 사람’이 되었다. 여리여리한 체구에서 뽑아내는 거친 소리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렇게 큼직큼직한 밴드들이 좋은 취지의 공연을 위해 함께 모여 진행한 이번 공연은 프로젝트의 첫 번째인 만큼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런닝타임 30분은 넘나 짧은 것, 공연장 살리기 프로젝트인 만큼 운영이 힘든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듯) 멋진 음악도 듣고 사라져가는 공연장에 대한 도움도 될 수 있었던 유익한 공연이었다는 게 마지막 한 줄! 앞으로 이어질 프로젝트들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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